글, 사진 : 조송희 |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 끝자락, 예술의 전당입니다. 대부분의 공연장이 휴무인 월요일 저녁나절, 텅 빈 듯 고요한 공간에 미묘한 설렘이 느껴집니다. '모딜리아니전과 함께하는 잠·깐·멈·춤 걷기명상'이 오늘 저녁 7시 30분 한가람미술관 3층에서 열릴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파리 몽파르나스 전설의 화가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1884~1920)의 작품 사이를 걸으며 걷기명상을 하고 고도원님의 미니특강을 듣고 비올리스트 김남중님의 비올라 공연으로 음악치유를 하는 귀한 시간, 250여명의 아침편지 가족이 전국에서 모여들었습니다. 명찰이 가지런히 진열된 안내데스크에서 내 이름을 찾고, 전시장 바깥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기 시작합니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에 전 세계 45개 공동미술관과 개인들의 소장 진품 작품 70여점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하는 특별한 기회! 이번 전시는 국내 최초, 아시아 최대 규모의 모딜리아니 회고전입니다. 팜플릿을 보면서 행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아침편지 가족들. 작품 감상을 하기 전, 도록을 읽으며 모딜리아니의 생애와 전시작품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사이좋게 팔짱을 끼고 데이트를 하듯 전시장을 찾은 모녀입니다. 전시장에서의 기념촬영은 필수지요. 아침편지 행사에는 유난히 가족참가자가 많아 더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평일저녁, 오랜만의 서울 행사는 평소 시간을 내서 옹달샘까지 가기 힘든 아침편지 가족들에게 더없이 반갑습니다. 오랜 아침편지가족인 전 환경부장관 유영숙님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고도원님이네요. 걷기명상을 하기 전, 모딜리아니전을 담당한 큐레이터 이혜민님이 전시회 관람예절과 모딜리아니 작품에 관한 짧은 해설을 합니다. "걷다가 잠깐 멈추면 그림이 말을 걸어 올 것입니다. 그림이 아니라 마음이 보일 것입니다. 모딜리아니의 혼이 보일 것입니다." 고도원님의 말을 듣는 순간부터 걷기명상은 시작됩니다. 일반관람객이 오지 않는 저녁시간, 아침편지 가족들만 오롯이 전시장을 걸으며 모딜리아니의 작품들을 느끼는 특별한 순간입니다. '몽파르나스의 전설, 모딜리아니'! 그는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미술시대에 인물중심의 회화를 집요하게 추구했던 인물로서 35살의 나이에 불꽃같은 생을 마쳤습니다. 1906년 스물 두 살의 나이에 파리에 정착해 14년 동안 400여점의 작품을 남기고 간 그의 그림은 극도의 절제미를 함축하고 있어 단순하고도 아름답습니다. 전시장을 천천히 거닐며 모딜리아니와 대화하듯 작품을 들여다보는 아침편지가족들입니다. 모딜리아니의 마지막 연인이자 뮤즈였던 잔느 에뷔테른느의 사진 앞에서는 저절로 발길이 멈춥니다. 모딜리아니가 가장 많은 초상화를 남긴 여인, 그가 죽은 후 창으로 몸을 던져 모딜리아니의 뒤를 따른 여인, 임신한 몸에다 불과 22살이었던 그녀는 또 다른 전설이 되었습니다. 징이 울리면 발걸음을 멈춥니다. 그림이 걸어오는 말을 듣는 시간, 운명적인 그림을 만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림과 조각으로 치열하게 인물을 탐구하다가 35살 꽃다운 나이에 전설이 된 아름다운 화가, 그의 영혼이 하는 말을 듣습니다. 모딜리아니 연보를 읽으며 그의 짧았던 생애를 고요히 들여다보는 아침편지 가족들입니다. 1916~1917년에 주로 그린 누드대작들은 모딜리아니를 세상에 알린 작품들이기도 합니다. 여체의 신비를 가장 감성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알려진 그의 누드는 삶의 숨소리를 담고 있다고 표현할 만큼 미술애호가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내가 당신의 영혼을 알 때 당신의 눈동자를 그릴 것이다.' 모딜리아니가 그의 연인 잔느에게 했던 말입니다. 모딜리아니 그림의 대표적 특징 중의 하나인 동공이 없는 아몬드 형의 눈동자는 인물의 내면세계로 통하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걷기명상을 마치고 전시회장 로비로 나오니 꽃으로 장식한 희고 둥근 테이블에 간식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출출한 시간, 옹달샘에서 직접 만든 샌드위치와 쿠키, 요거트 등 정갈하고도 맛있는 간식이 눈과 입을 행복하게 합니다. "오늘 이 잠깐멈춤에서 찍힌 작은 점이 저와 여러분의 일생에 작은 전환점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다시 전시장 안으로 이동하여 듣는 고도원님의 특강 '혼이 담긴 시선으로'입니다. 비올리스트 김남중님의 비올라 공연입니다. 전시회장에서 받은 감동을 음악으로 공감하고 증폭시키는 음악치유시간이기도 합니다. 명상을 하듯 낮고 깊게 흐르는 첫 번째 연주곡, Spiegel Im Spiegel (거울속의 거울)을 듣는 아침편지가족들. 자신만의 음색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를 선보이는 비올리스트 김남중은 국내 정상급의 비올리스트로서 9월 6일 예술의전당 연주회, 10월 5일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홀에서 유망연주자 시리즈 독주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의 모딜리아니 전과 비올리스트 김남중의 특별한 만남. 반주자는 피아니스트 신상일 입니다. 모딜리아니의 그림 속을 걷는 걷기명상, 전시회장 안에서 듣는 미니 특강 그림 속에 앉아 듣는 비올라 연주.... 로맨틱하고도 달콤한 한여름 밤의 저녁 한 때였습니다. 며칠이 지나면 가을은 그 선선한 얼굴로 우리 앞에 다가와 있겠지요. 가을에는, 아침편지와 독자들이 함께 써내려갈 또 다른 전설을 기대합니다. * 작품 해설의 일부는 '모딜리아니전'도록을 참조하고 인용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