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글 : 조송희 |
초록이 짙어가는 4월의 마지막 주 수요일, 자연 속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고도원과 함께하는 걷기명상 잠깐 멈춤' 행사를 가졌습니다.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 '다다익선(多多益善)'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중앙현관에 설치되어 있는 다다익선은 백남준의 설치 작품 중 세계 최고 규모로서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을 상징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야외미술관을 걸으며 자연과 예술이 주는 특별한 치유를 경함하게 될 '고도원과 함께하는 걷기명상 잠깐멈춤'에는 시카고, 거제, 안산, 과천, 서울 등 해외교포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아침편지가족 200여명이 참여했습니다. 이 날 '걷기명상'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우산 없이 얇은 비옷만 걸치고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봄비를 온 몸으로 느끼며 걷는 명상, 고도원님이 첫길을 내고 사람들이 그 길을 따릅니다. '걷기명상'은 목표나 시간, 방향을 내려놓고 내 안의 고요함으로 나를 채우는 시간입니다. 어루만지듯 땅을 밟고 천천히 걷는 시간, 오감을 열어 자연의 숨결을 느끼는 '잠깐멈춤'의 시간입니다. 징소리에 발걸음을 멈춥니다. 가만히 눈을 감습니다. 대지를 적시는 빗소리가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부드럽고 촉촉합니다. 젖은 나무의 숨결이 깊고 그윽합니다. 봄꽃의 향기가 온 몸을 휘감습니다. 흰 비옷을 입고 야외미술관을 걷는 사람들의 긴 행렬이 곳곳에 설치된 작품들과 하나인 듯 어우러집니다. 마치 한편의 행위예술 같습니다. 모자를 벗고 내리는 비를 정수리로 느껴봅니다. 손바닥을 펴고 내리는 빗물의 질감을 느껴봅니다. 내가 비를 맞고 선 한그루의 나무가 된 것 같습니다. 내리는 빗방울이 된 것 같습니다. 비를 희롱하며 노는 아기 천사가 된 것 같습니다. "이곳의 향기, 이곳의 아름다움, 이곳의 싱그러움을 들이 마십시오. 숨을 쉬실 때는 내 마음의 탁기를 다 털어 내십시오." 고도원님과 함께하는 마무리 명상입니다. 빗속의 포옹입니다. 잠깐 멈추어 서서 영혼을 씻어낸 사람들. 흰 비옷이 제의처럼 순결해 보입니다. 꽃은 더 향기롭고 물기를 가득 머금은 봄 나무는 더 싱그럽습니다. '걷기명상' 후 야외 미술관을 천천히 산책하며 자연 속의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참여자들입니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은 국립미술관, 박물관 등이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전시 중인 작품을 도슨트의 해설을 들으며 감상하는 시간도 참 좋습니다. 지금 과천관에는 한국화가 송영방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전통산수를 계승하고 창조하는 작가, 글과 선으로 말하는 작가인 송영방의 재발견입니다. 4월 29일. 오늘은 아침편지가 문화재단으로 거듭 난지 11년이 되는 생일날입니다. 마침 고도원님의 생일도 오늘입니다. 아침편지가족 안옥자님이 직접 만든 꽃다발을 들고 이날 '걷기명상'에 참여했습니다. 강연을 시작하기 전 고도원님께 꽃다발을 증정하는 안옥자님입니다. '걷기명상'에 이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대강당에서 고도원님의 짧은 강의가 있었습니다. "꿈을 지나 꿈너머 꿈을 꾸어야 합니다. 꿈너머꿈은 그 꿈의 방향이 자기중심에서 이타적인 방향으로 점프하는 것입니다." 'dream beyond dream'을 말하는 고도원님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 환합니다. 때론 고개를 끄덕이고, 때론 메모를 하면서 강의를 경청하는 참여자들입니다. 행사를 마치고 미술관에 남은 아침지기 열두 명이 12 지신상 앞에서 포즈를 취했습니다. '깊은산속 옹달샘'을 치유의 메카로 만들어가는 보이지 않는 주인공들, 간만의 미술관 나들이를 마음껏 즐기는 아침지기들의 모습이 참 사랑스럽습니다. 벚꽃, 개나리, 진달래 등 봄꽃의 축제가 지나간 자리에는 초록의 생명력이 눈부십니다. 계절의 여왕인 5월도 이렇게 싱그럽고 눈부신 나날이길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