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기사

[2019.12.15 뉴스파워]소강석 목양칼럼_약속보다 중요한 진심

모현옥

2019-12-17
조회수 7,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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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목양칼럼] 약속보다 중요한 진심
소강석 목사 목양칼럼 소강석 목양칼럼 | 2019.12.15


▲ 고도원의 '깊은 산속 옹달샘'에서 걷기명상을 하는 소강석 목사 ©뉴스파워

저는 작년 연말 무렵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이신 고도원 장로님이 운영하는 ‘깊은 산속 옹달샘’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향기명상, 통나무명상, 걷기명상 등을 배우고 산책도 하였습니다. 산책길이 너무 좋아 저도 모르게 고도원 장로님께 내년 봄에 꼭 다시 오겠다고 약속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벌거벗은 나무들을 향하여도 “꽃 피는 봄이 오면 꼭 다시 오겠다”고 약속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제가 총회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공적 사역 때문에 너무나 바빠서 도저히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교회 뒷산의 봄꽃들을 보면서 ‘깊은 산속 옹달샘’에 핀 꽃들이 생각나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입니다. “꽃들아, 너는 내 사정을 알지? 풀잎들아 너희도 내 마음을 알지? 오죽하면 내가 해질녘에 올 시간도 없어 주로 저녁에 뒷산에 오지 않느냐.”


▲ 고도원의 '깊은 산속 옹달샘' © 뉴스파워

그러던 중 속리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소장으로 근무하시는 윤덕구 안수집사님의 사무실에 심방을 갔다가 장로님들과 비로산장에서 하룻밤을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그 곳에서도 ‘깊은 산속 옹달샘’에 가지 못한 미안함과 부담스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9월에는 제가 우리 총회 선거 직선제 역사상 37년 만에 처음으로 무투표로 부총회장에 당선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더 바빠졌고 또 가을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얼마나 미안했으면 교회 뒷산의 나무들을 바라보며 그곳에 있는 나무들을 J라고 생각하면서 이런 노래를 불렀겠습니까?

“♪ J~ 아름다운 여름날이 멀리 사라졌다 해도 / J~ 나의 사랑은 아직도 변함없는데 / J~ 난 너를 못 잊어 J~ 난 너를 사랑해”

그러다가 ‘아, 이래선 안되겠다. 내가 잘못하면 사기꾼이 되겠구나...’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 코스로라도 다녀오려고 당장 일정을 잡았습니다. 그래서 지난 11월 22일에 우리 교인들 100여 명과 함께 ‘깊은 산속 옹달샘’을 다녀온 것입니다.

그곳에서 고도원 이사장님께 걷기 명상과 나무명상을 배웠습니다. 그런데 사방이 쭉쭉 뻗은 전나무로 가득한데 오로지 한 그루가 꾸불텅꾸불텅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저는 거기서 그 나무를 바라보며 명상을 하고 갑바도기아의 신학자 닛사의 그레고리처럼 나무와 무언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야, 너는 어쩌면 그렇게 꾸불텅꾸불텅하게 자랐느냐, 험악한 세월을 견뎌내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니? 내 인생도 돌아보면 너랑 똑같구나. 그러나 우리가 살아 있는 게 하나님의 축복이고 은혜잖아. 죽어 쓰러진 나무는 바람이 불어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떨어져 버린 가랑잎은 찬 서리가 내려도 떨지도 않잖아. 그러므로 다가오는 겨울에 아무리 눈보라가 불어 닥친다 하더라도 함께 잘 견뎌내 보자꾸나. 그래야 우리는 내년에 아름다운 봄을 맞이할 수 있잖아.”

저는 다행히 이렇게라도 ‘깊은 산속 옹달샘’을 다녀와서 거짓말쟁이는 안 되었습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켰다고 하지만 이미 가을꽃 하나 보이지 않는 삭막한 산이었습니다. 그러니 제 마음 한켠에서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아, 꽃들이 얼마나 나를 기다렸을까, 나무들이 나를 얼마나 기다렸을까. 산에게도 이런 미안함이 있는데 하물며 수 많은 사람들과 약속을 하고 지키지 못한 것이 있었다면 얼마나 큰 죄인가. 또한 무심코 한 나의 언행으로 인하여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송구하고 미안한 일인가.”

산책을 통해서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된 것입니다. 어쩌면 제가 ‘깊은 산속 옹달샘’을 다녀온 것은 나무와 풀과 꽃잎들을 향해 약속을 지키려고 한 것이 아니라 제 자신을 위해 다녀온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너무 설레어 고도원 이사장님과 나무들을 향하여 “내년 봄에 다시 꼭 오겠다”고 약속을 하려다가 꾹 참았습니다. 그냥 제 자신과 소리 없이 이렇게 다짐했습니다. “내년 봄에는 꼭 와야지, 진짜 와야지.”

나태주 시인이 “시는 연애편지와 같고 시인은 서비스맨”이라고 하는 말이 생각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숲속의 나무들을 향하여 연애편지를 몇 장 흩날리고 온 셈이죠. 약속보다 중요한 것이 진심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내년 봄에는 우리 교회 장로님들과 함께 ‘깊은 산속 옹달샘’에 꼭 가자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제 진심이 담긴 연애편지가 ‘깊은 산속 옹달샘’ 숲속에 바람으로 나부끼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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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한마디 12

  • 2023-05-23

    이미 사기꾼이 된 분이 뭐 거짓말 쟁이가 될까봐 뭘 해요?

  • 임우진

    2019-12-19

    목사님께서도 쉼이, 잠깐멈춤이
    필요하셨기에 옹달샘의 나무와 꽃에게 한 약속이
    더욱 중요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시는 목사님처럼, 사람들을 이끄느 리더는,
    자신만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쁘셔도 시간을
    내시어 충전하시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김성돈

    2019-12-18

    사랑 한다는 것은
    " 시간을 내어 주는 것" 이다.
    부모에게든, 연인에게든,
    나의 신에게든 그저 마음만이 아닌 것.
    시간을 내어 찾아가고 내 맘을
    그 앞에서 전하고 그 앞에
    머무르며 대화 하는 것.
    * 나는 나이 들어 가면서
    "시간을 내어 주는 것" 에
    주저하지 않게 되었다.
    사랑하는 일에, 보고픈 사람 만나는 일에,
    가 보고 싶은 곳이 생길 때 마다
    이렇게 생각하면 결정이 쉬워진다.
    -이런 일이 내 생애 몇 번이나 할 수 있을까?
    그래 저는 아침편지 여행에 나섰고 거기서
    나는 귀인을 만났고 제 인생 최고의 멘토를
    만나 은혜의 바다를 헤엄치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좋으면 바이칼여행을
    두번(2007년, 2008년)을 다녀 왔겠습니까.

    사랑한다 것은
    시간을 내어 주는 것에 바쁜 일 뒤로 하고
    달려가 보면 숨겨둔 보화를 발견한 사람이
    되어 얼마나 행복한지 나만이 알지요.
    *출발하지 않으면 도착할 수 없고,
    우물안의 개구리는 바다를 모르고,
    여름 한 철 사는 벌레는 얼음을 모른다.
    장자 추수편에 나오는 말 입니다.
    *내게 배(선)가 없는 것은
    내 마음에 바다가 없기 때문입니다.

    소강석 목사님을 제가 시무하는 나주교회에서
    복음화 대성회(10월28일~30일) 강사로
    모시게 되어 가까이서
    뵐 수 있는 행운도 있었습니다.
    깊은산속 옹달샘에서 꼬옥 다시 한 번
    뵈올 수 있기를 꿈꾸어 봅니다.
    귀인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가장 큰
    축복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샬롬! -광주에서 옹달샘-

  • 옹달샘지기

    2019-12-18

    자신과의 약속뿐만 아니라 모든 자연과 대화하고
    약속을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목사님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약속의 중요성보다 진심이 담긴 글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글을 통해 감동을 받고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차디찬 겨울을 국건하게 견디어
    내년 봄 목사님을 반갑게 맞이해주길
    응원하고 바라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 김재연

    2019-12-18

    소강석 목사님의
    정성어린 글을 접하니
    추운 겨울 속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한 마디 말씀에도,
    작은 인연에도, 자연과의
    만남에도 사소히 여기지 않고
    언행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느끼시는 목사님의 삶의
    태도를 배웁니다.

    목사님의 진심이
    담긴 연애편지 속
    나무와의 대화에 위로를
    받았습니다. 한 겨울의
    눈보라에도 잘 견디어
    오랜 세월 단단히
    뿌리내리는 나무가
    되고 싶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백민애

    2019-12-18

    꾸불텅 나무와의 대화가 인상 깊습니다. 목사님 인생도 비슷하다고..하신 말씀이 ..돌이켜 보면 저도 그 꿀불텅 나무와 비슷한 인생인 것 같습니다.목사님 칼럼 감사합니다. 늘 영,육간에 강건하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

  • 박미

    2019-12-18

    시인목사님의 김성은 참 남다르시네요
    꽃들과 , 나무들과 속삭이며 소통하는
    예쁜언약 !!! 읽는 내내 마음이 부드러워짐을
    느끼게 됩니다 . 언제부턴가 꼭 한번 가보리라
    마음만 먹었었던 깊은산속 옹달샘
    소목사님 메세지를 계기로 저 역시
    파릇한 초봄에는 '꼭 가볼거야 '
    '그래 꼭 가봐야지' 를 마음속에 되뇌여
    봅니다

  • 조효숙

    2019-12-18

    어느 계절에 가도 항상 좋은 곳
    그 곳이 바로 깊은 산속 옹달샘이지요~
    저도 지난 주말에 다녀 왔습니다만
    빡빡한 스케쥴로 두루두루 둘러보지 못함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소목사님의 사랑이 가득 담긴 글 잘 봤습니다.
    자연과의 약속, 사람과의 약속
    약속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시네요
    고맙습니다~♡

  • 백호열

    2019-12-18

    약속한다는 것, 약속을 지키는 것
    그보다 마음에서 나오는 진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글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글을 두 번, 세 번 읽으면서
    옹달샘의 봄도 기다려지고
    자연의 소중함, 그리고 모든 것들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목사님이 쓰시는
    진심이 담긴 글들을 기대하며
    기다리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 허영주

    2019-12-18

    자연에 대하여도 약속을 지키려는
    소강석 목사님의 약속보다 더한 진심과
    꾸불텅하게 자란 나무에 대한 배려가
    감명깊게 다가와 오늘하루가 즐겁습니다.

  • 샛별

    2019-12-18

    참 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목사님의 좋은글 감사합니다.^^삶의 여정에서 자연과의 약속을 이리도 소중히 여기시는 목사님께 하느님의 축복을 빕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 장덕성

    2019-12-18

    자연과 대화와약속을 할수 있다는것을 배우게되어 감사드립니다. 또한 자신에 진심이 우선임을 일깨워 주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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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달샘 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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