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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 조송희 |
![]() 타는 가뭄 끝에 밤새도록 단비가 내린 여름아침, 서울 용산에 자리한 국립중앙박물관의 '폴란드, 천년의 예술'과 옹달샘이 만나, 아침편지 가족들과 함께 하는 '잠깐멈춤 걷기명상'이 있는 날입니다. ![]() 쇼팽과 코페르니쿠스의 고향 폴란드는 수많은 전쟁과 격랑의 역사를 지녔지만 고유의 문화유산을 생명처럼 간직해 온 나라입니다. 강대국들 사이에서 천년의 역사를 지켜온 강하고 아름다운 나라, 폴란드의 역사는 우리나라와 너무나도 닮아 더 애틋합니다. ![]() 오늘 오후1시, 세계 최초로 진행되는 실내전시장 안에서의 걷기명상. 천년을 이어 온 폴란드의 예술과 문화에서 영감과 치유를 얻고 새로운 천년의 꿈을 꾸는 특별한 체험이 될 것입니다. ![]() 등록을 확인하고 이름표를 찾는 아침편지 가족들. 이번 '국립중앙박물관 걷기명상'에는 300여명의 아침편지 가족이 참여했습니다. ![]() 매주 월요일 휴관을 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늘 아침편지 가족의 걷기 명상을 위하여 기획전시실을 특별개관 했습니다. 드넓은 박물관을 아침편지가족들이 오롯이 누리는 시간, 전시가 열리는 으뜸홀 광장에서 오랜 만에 만난 벗, 친지들과 담소를 나누는 아침편지 가족들입니다. ![]() 걷기명상에 앞서 윤나라 실장이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합니다. ![]() 으뜸홀 계단에 모여앉아 오리엔테이션을 듣는 사람들의 표정에 설렘과 기대가 가득하네요. ![]() 확 트인 시선 앞쪽으로는 솟아오르는 용산의 빌딩들이, 등 뒤로는 수려한 남산이 병풍처럼 드리운 공간, 그 공간을 마음껏 휘도는 바람이 한여름의 더위를 잊게 합니다. ![]() '폴란드, 천년의 예술'전 걷기명상이 시작 되었습니다. 중세부터 20세기까지의 회화, 조각, 장식품, 응용미술 250여점이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폴란드의 영광과 수난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폴란드의 정신, 폴란드의 영혼입니다. ![]() 17세기를 풍미했던 초상화에서는 종교적인 것에서 세속적인 것으로 급변하는 폴란드의 귀족 문화가 보입니다. 전래동화와 민속신앙에 나타나는 환상적인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 앞에 섰습니다. 그 동화 같은 세상이 잠시 숨을 멈추게 합니다. ![]() 폴란드의 역사화가 전시된 공간입니다. 폴란드의 역사적 사건을 그린 역사화는 지나간 영광을 되새기고, 처참한 억압을 보상하며 국가적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치적 속박의 시기에 폴란드인들은 지난 세월의영광과 힘을 그린 그림에서 위안을 얻은 것이지요. ![]() 레셰크 소보츠키의 작품 '후광이 있는 자화상'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 고도원님입니다. 오늘날의 현실, 온갖 한계와 부담에 갇힌 남자의 자화상입니다. 신성함의 상징이자 종종 순교를 상징하는 후광이 여기서는 족쇄처럼 작가의 목을 감고 있습니다. 고도원님은 이 그림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걸까요? ![]() '때로는 신음하고 고통스러워 하다가, 내 절망을 피아노에 쏟아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러시아 치하의 조국 폴란드를 생각하며 쇼팽이 남긴 말이 발길을 잡습니다. 몸을 기울여 작품을 최대한 깊숙이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 징소리가 울리면 발길을 멈추고 지금 내가 머문 자리의 작품을 바라봅니다. ![]() 사랑하는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처럼 무심코 바라본 작품이 운명처럼 다가와 가슴을 울립니다. '그의(쇼팽의) 영감은 상냥하고 단순하며 시의 정수 그 자체이다.' 쇼팽의 왼손 캐스터를 보며 메모를 하는 참여자도 있습니다. ![]() '폴란드 천년의 예술' 이 내 가슴에 스며들어 내 영혼을 치유합니다. ![]() 전시관 바깥으로 나와서 걷기명상은 이어집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빌딩 숲을 지나 온 바람, 지금 내 앞의 이 바람도 천년의 바람입니다. ![]() 내 나라 내 땅, 우리의 문화유산을 고이 보존한 국립중앙박물관의 한 가운데를 천천히 걷는 동안에 비는 그쳤습니다. ![]() "멈추어서면 고요해집니다. 내 안의 가장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고도원님이 물기어린 목소리로 마무리명상을 이끕니다. ![]() 뺨을 스치는 바람결에 마음이 흔들립니다. 울컥 눈물이 쏟아질 것 같습니다. ![]()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침편지의 행사에는 항상 사랑과 감사의 포옹이 있습니다. ![]() 걷기명상 후 대강당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예술치유가 시작되는 시간, 가장 편안한 자세로 쇼팽의 음악을 듣습니다. 낮게 깔리는 음악에 마음이 먼저 젖어듭니다. ![]() '폴란드 천년의 예술, 내 마음에 채우기' 걷기명상에서 느낀 영감과 감동을 작은 화폭에 다양한 색깔의 클레이로 표현하는 시간입니다. 어떻게 표현할지... 내 마음의 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 또한 명상입니다. ![]() 연필로 밑그림을 그립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연필의 질감과 사각대는 소리가 참 다정합니다. ![]() 엄마랑 함께 참여한 아기는 클레이를 가지고 노는 재미에 빠졌습니다. 붉고 푸른 클레이가 쭉쭉 실처럼 늘어나고 엉켜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깔을 만들어냅니다. ![]() 명상은 결국 내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고 대화하기입니다. 오랫동안 내 마음을 온통 채웠던 사랑하는 사람, 내 마음의 주인이신 신이 내가 그린 그림 속에서 응답합니다. ![]() 부부가 사이좋게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기도 합니다. 아내의 오른손과 남편의 왼손 사이에 그들이 쌓아올린 사랑이 있습니다. ![]() 말랑말랑한 클레이를 가지고 노는 동안 해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웠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 눈앞의 놀이에 마음을 빼앗긴 아기천사처럼...... ![]() 각자 만든 작품들을 조별로 발표하는 시간입니다. 300여명이 저마다의 개성으로 만들어낸 작품, 놀랍도록 아름다운 작품들에 감탄합니다. ![]() 작품들을 강당 앞에 모아놓으니 강당 바닥이 훌륭한 전시장이 되었습니다. 내 마음의 폴란드전, 내 영혼의 한 조각들이 저마다 활짝 피어나 눈부신 꽃밭이 되었습니다. ![]() 눈으로만 보기 아까운 작품들은 사진으로 담아둡니다. ![]() 가족이 다함께 참여하니 더 뿌듯하고 행복한 시간입니다. ![]() 예술치유가 끝난 후, 잠시 간식을 먹으며 휴식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소풍하듯 짧은 여유를 즐기는 참여자들입니다. 박물관 후원에 붉게 핀 배롱나무를 배경으로 간식을 먹는 분들은 시를 공부하는 동아리에서 단체로 참여하셨다고 하네요. ![]() 고도원님의 특강 '혼이 담긴 시선으로'입니다. ![]() "나의 삶을 클래식으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클래식에는 한이 없습니다. 절망은 희망으로, 슬픔은 기쁨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굴곡의 삶을 꿈과 희망으로 바꾸어 온 고도원님의 외침입니다. ![]() 프로그램이 모두 끝난 후 참여자들은 자유롭게 전시장을 관람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따라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까닭은 이 귀한 시간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기 때문일 것입니다. ![]() '폴란드 천년의 예술' 전 걷기명상을 하면서 어떤 이는 오랫동안 마음에 걸려있던 빗장 하나를 뽑았습니다. 어떤 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더 깊이 가슴에 묻고 또 다른 이는 꿈을 향해 다시 걸어 갈 희망을 얻었습니다. 폴란드 국민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우리는 모두 강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 작품 해설의 일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