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후기

깊은산속 옹달샘 마음을 씻은 하루

김시원

2025-12-06
조회수 71

깊은산속 옹달샘 

 

마음을 씻은 하루

 

깊은산속 옹달샘으로 다시 떠난 1박 2일.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이메일로 받기 시작한 뒤부터 내게 고도원 선생님은 언제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가족 같은 분이었다.문학의 향기가 그윽하다고 소문난 그곳을 3년 전 처음 다녀온 뒤 “꼭 다시 오겠다”고 다짐했지만, 바쁜 일상에 밀려 그 약속을 미뤄 둔 채 시간만 흘러갔다.그러던 어느 날, 몇 년 전 남편을 따라 충주로 내려가 옹달샘을 단골 힐링 장소로 삼게 된 지인 권기자 선생님으로부터 다시 한 번 초대가 왔다.

그렇게 우리는 네 사람이 되어, 오랜만에 마음을 꽉 움켜쥐고 있던 짐을 내려놓으러 깊은산속 옹달샘으로 향했다.옹달샘에 도착하자 3년 전과 다름없는 청결함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몸을 살리는 건강 밥상과 자극 없이 다정한 반찬들, 스파와 찜질방에서 피로가 스르르 녹아내리는 느낌에, 누구랄 것 없이 “아, 행복하다”는 말이 폭죽처럼 터져 나왔다.편백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따뜻한 온돌방과 새하얗게 정돈된 침구는 그 어떤 호텔보다도 편안한 품처럼 느껴졌다.

밤이 깊도록 우리는 이불을 사이에 두고 깔깔거리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서로의 지난 시간을 나누다 보니, 어느새 수십 번은 “정말 행복하다”는 말을 주고받은 듯했다.다음 날 아침, 종복 언니가 사 준 진한 생강차 맛은 집에서 정성껏 달인 보약 한 잔이 목을 타고 내려가는 것처럼 몸과 마음을 동시에 데워 주었다.이윽고 발걸음을 옮겨 도서카페에 들어섰다.

문인의 향기가 감도는 고요한 공간에서 내 손이 멈춘 곳은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 『단 한 번의 삶』과 신형철 평론가의 시화집 『인생의 역사』였다.『단 한 번의 삶』은 예측할 수 없고 불완전한 인생을 차분하게 응시하며, 부모와 가족, 유년 시절과 지금까지 선택해 온 삶의 방식을 돌아보는 글들을 담고 있다고 했다.

『인생의 역사』는 한 편 한 편의 시를 읽고 풀어내며, 시 속에 스며 있는 인생의 풍경을 섬세한 문장으로 짚어 가는 시화집이라 했다.두 권의 책을 품에 안고 카페에 앉아 있으니, 마치 남은 삶을 더 천천히, 더 깊게 살아 보라는 조용한 권유를 받는 듯했다.

책과 자연, 그리고 사람이 어우러지는 옹달샘 숲속책방과 도서카페는 잠시 말을 멈추고 자신의 삶을 바라보게 하는 작은 서재 같았다.그때,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온화한 미소가 시야에 들어왔다.

바로 아침편지의 주인공, 고도원 선생님이 카페로 들어오신 것이다.

우리는 아이처럼 “이게 웬 행운이냐”며 일어나 인사를 드리고, 선생님의 따뜻한 손을 잡고 사진을 함께 찍었다.짧은 만남이었지만 가슴 한가득 선물을 안겨 준 순간이었다.

사진 몇 장과 사인 한 줄보다 더 큰, 말로 다할 수 없는 격려와 위로가 마음에 남았다.또 하나의 선물은, 이리오세요 서윤 가수가 초코파이와 작은 촛불을 준비해 첫날 밤 생일파티를 열어 준 것이었다.

소박한 초코파이 위에 올라앉은 촛불 하나, 그리고 진심을 다해 불러 준 샘물 보이스, 그녀의 노랫소리는 어느 호화로운 케이크보다 더 달콤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축복이었다.그 순간만큼은 이곳의 모두가 한 사람의 생일을 함께 축하하는 가족처럼 정겨웠다.

초코파이를 나눠 먹으며 웃고 떠들고, 생일 노래가 끝난 뒤에도 가슴속에서는 아직 불꽃이 사그라들지 않았다.우리는 각자 작은 메모지에 손글씨로 미움과 원망, 나쁜 모든 것을 적어 촛불에 태워 보내며, 새해부터는 더 행복하게 살자고 다짐했다.서윤 가수의 다정한 배려 덕분에 이번 생일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될 것 같다.나는 이 여행 내내 책 제목처럼 ‘단 한 번의 삶’이라는 말을 거듭 떠올렸다.

오늘 이 시간, 이 사람들과 함께 웃고 노래하고 책을 고르고 사진을 찍는 일들이야말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인생에서 가장 반짝이는 페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깊은산속 옹달샘에서의 1박 2일은 그저 쉬어 가는 여행이 아니었다.

고요한 숲, 건강한 밥상, 도서카페에서 만난 두 권의 책, 우연처럼 다가온 고도원 선생님과의 만남, 그리고 초코파이와 촛불로 완성된 작은 생일 축하까지.

그 모든 것이 겹겹이 쌓여, 앞으로의 길을 더 단단하게, 더 따뜻하게 걸어가 보라고 등을 토닥여 주는 것 같았다.그래서 돌아오는 길, 손에는 몇 권의 책과 함께 따뜻한 사람들의 정을 한아름 선물 꾸러미처럼 품에 안고 오는 듯 묵직하고 든든했다.

느낌 한마디 2

  • 옹달샘지기

    2025-12-16

    안녕하세요. 김시원님
    깊은산속옹달샘입니다.

    옹달샘에서
    좋은 시간이 되었다니
    기쁘고 감사합니다.

    언제든 잠깐 멈춤의 시간이
    필요할 때 함께하기를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 서윤

    2025-12-06

    깊은산속 옹달샘에서 일상에 찌들고 건조한 마음에 치유의 샘물을 맘껏 퍼붓고 또다시 일어설수있는 에너지를 가득 충전하고.....돌아 왔어요.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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