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가게 된 엄마 대신
이계호 고추장 만들기 체험을 다녀왔다.
충주 깊은산속 옹달샘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이었고
고추장 만들기, 천연염색, 명상까지 포함된 일정이었다.
처음에는 솔직히 내가 하기엔
너무 노잼 콘텐츠인듯하여 좀 고민했다.
혼자 하기도 뻘쭘할 거 같고, 금요일이기도 해서 연차까지 내야했다.
갈까 말까 고민하긴했는데 이미 결제하셨다니까
하루 그냥 다녀오게 되었다.
머리가 복잡하기도 하고, 안 해본 경험 해보자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생각보다 훨씬 좋았던 하루였다.
주차를 하고 가운데 마당으로 내려오니
고추장만들기를 한다는 큰 보드가 보였다.

날씨도 너무 좋아서 청명한 하늘과 빨간색 일정표가 대비를 이루어서
더욱 선명해보였다. 사람들도 여기서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고있었다.
난 혼자라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내려가니 '웰컴센터'에서 명찰을 나누어 주었다.

명찰을 받고 잠시 기다리니 노란옷을 입은 직원분이 마이크를 들고 나오셔서
안쪽으로 들어와 '웰컴티'를 받으라고 안내했다.
밝게 첫인사를 건네는 직원분의 인상이 정말 좋았다.
어딘가에 가서 좋은 인상을 받으려면 직원들의 처음 태도가 정말 중요한거같다.

웰컴티를 건네주는 스탭분도 정말 친절하셨다.
눈을 마주치고 미소를 건네며 환영한다고 하셨다.
크 ... 이런 친절 너무 좋다.
평소 아무리 맛있어도 불친절한 곳은 가고싶지 않아하는데(이를테면 욕쟁이할머니, 진짜 이해 안간다.)
이런 포근한 친절함이 난 너무 좋다.

조별로 자리에 앉으니 이렇게 세팅이 되어있다.
전체 과정이 담긴 안내지도 있었다.
이거만 보고 따라해도 금방 만들겠다 싶었다.
자리에 앉아 태초쉐이크를 먹어보았다. 약간 뭐랄까,
살짝 꼬린내 나는 바나나쉐이크 맛이었다. 청국장이 들어간거같았다.
청국장을 평소 잘 못먹어서 이건 한입만 먹고 내려놓았다.
앉아서 잠시 기다리니,
노란옷을 입은 직원분께서 오셔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셨다.
말도 재밌게 하시면서 아이스브레이킹을 하셨다.
같이 앉은 조원분들과 인사도 하고,
이곳의 규칙도 알려주셨다.
( 왠만하면 웃자, 식사할때 종이 울리면 잠시 멈춰 급하게 지내온 마음 등을 내려놓는 규칙 등이었다.)

잠시 후 이계호 교수님이 오셔서 이런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이 왜 중요한지,
이 고추장에 좋은 먹거리가 들어간다는 것을 재밌게 설명해주신다.
그냥 만들고 가는게 아니라 유명한 교수님(유퀴즈에 나오심ㅎㅎ)이 직접 의미를 설명해주시니까
좀 더 유익하게 느껴진다.
교수님의 설명이 끝나면 이 곳의 영양사 선생님이 체험을 진행해주신다.
잘 안될때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면 오셔서 하나하나 봐주시니
만드는게 어렵지않다.

병을 소독하고 소금물에 가루를 넣고 휙휙 저어준다.
뭐랄까. 이게 어떻게 고추장으로 변할지 좀 궁금하긴 했다.
이때는 미숫가루 같은 고소한 냄새가 난다.

저어준다. 계속 저어준다.

선생님의 진행에 맞춰 분말을 넣다 보니 점점 되직해지고 묵직해진다.
계속 저어주다보면 뭔가 손목도 아픈데 생각보다 스트레스 풀린다.

드디어 내가 아는 고추장의 느낌이 나기 시작한다.

덩어리 지지 않게 계속 잘 저어주고 입구를 깨끗히 닦아야한다고 한다.
뭔가 맛이 궁금해서 살짝 맛보니 오. 맛있다. 꽤 괜찮다.
사먹는거랑 맛이 조금 다른데 내 입맛엔 이게 더 괜찮게 느껴진다.
내가 만들어서 그런건가ㅎㅎ

이제 집에서 3일정도 냉장보관해서 먹으면 된다고 한다.
스티커도 주는데 저 스티커에 이름과 날짜를 써서 붙이면 끝이다.
간단한데 묘하게 스트레스 풀리고 재밌다.



점심은 붸페식이었는데 진짜 개맛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한식에 제철 채소들이 많이 있었는데
난 정말 이런게 너무 좋다. 두그릇 먹었다.
밥 먹는데도 직원분들이 계속 웃으면서 부족하면 음식을 채워왔다.
이렇게 친절할수가 있나...
밥 먹고 여기저기 둘러보려했는데,
미술관에서 전시중인 작가님이 직접 오셔서 도슨트도 해주신다고 한다.
일정이 정말 ㅋㅋ알차다...

점심시간까지 알차게 작가님의 설명을 듣다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어느새 다음 체험 시간이 왔다.

천연염색계의 아이돌이라는 양재형 선생님이 오셔서 천연염색 수업을 진행해주셨다.
일단 날씨가 너무 좋았다. 그리고 하는 방법을 유쾌하게 설명해주시는데,
다들 즐겁고 행복하게 체험에 임했다.

천을 묶고 준비해주신 천연물에 담구면서 체험이 진행된다. 진짜 엄청 쉽고 재밌다.
염색에 쓴 니트릴 장갑도 다 쓰면 버리는게 아니라 양재형선생님이
또 다른 곳에 재활용 하신다고 하신다.
환경까지 생각하는 부분이 트렌디하다.

다들 자신의 천을 준비해주신 빨랫줄에 널어둔다.
햇볕이 따사로와서 금방 마를듯하다.
같은 무늬가 하나도 없다. 숲속 하늘아래 천연염색한 천들이
장관이었다. 사진에는 안담기지만 훨씬 그림같았다.

나는 디자이너지만, 이렇게 만드는것은 잘 못한다.
다른 사람들은 멋드러지게 했는데, 내 천만 왜인지 동그라미가
끝쪽에 쏠려있다. ㅎㅎ; 어쩔수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빨랫줄에 널어두는데,
기분이 참 이상했다. 모르는 사람들과
안해본 것들을 하는데, 왜 편안하지? 왜이렇게 즐겁지?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다음은 통나무명상을 한다고 한다. 앞에 분들이 손을 잡고 이동하신다.
너무 보기 좋았다. 자연 속에서 여러 체험들을 하면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명상은 명상의 집에서 한다고 했는데,
직원분이 어딘지 모르실수도 있으니 가운데 서서 안내해주신다고 한다.
이런 친절, 계속 말하지만 너무 좋다.
명상의 집은 생각보다 규모가 있다.
2층 건물인데 느낌이 뭔가 외국스럽다.

다들 줄서서 2층으로 이동한다.
신발은 벗어서 칸 안에 넣어주라고 하는데,
진짜 다들 벗어서 칸 안에 넣는다. 신발장이 정갈하고 깔끔하다.
이런 소소한 규칙을 주는 곳.
좋다. 좋아ㅎㅎ

와. 공간 멋지다. 천장이 높고 많은 인원이 들어가는데도
쾌적하다. 나 말고 다른 분들도 들어서자 와아. 하신다.
뒤쪽에서 통나무를 챙겨 세팅되있는 매트에 아무데나 누우면 된다.

강사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천천히 진행되는 통나무 명상.
나는 이런게 처음인데, 진짜 좋았다.
특히 강사선생님이 굉장히 진행을 잘하신다.
목소리를 천천히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편안하게 누워서
반수면 상태에 있는 나를 느끼게 된다.
진짜 엄청 잘하신다. 이 통나무 명상은 주변에도 추천하고싶다.
실제로 명상을 진행하면서
중간에 조명도 어두워지고, 음악도 잔잔하게 깔리는데
하루종일 체험하면서 즐겁기만 한줄 알았는데
지치기도 했나보다.
코골면서 주무시는 분들도 더러 있었다. ㅎㅎ
그때마다 재치있게 멘트를 치시는데, 너무 유쾌했다.
사람들이 이정도에 지칠걸 알았는지
기가 막힌 체험 세팅에 촘촘함과 친절함을 또 다시 느꼈다.
명상이 끝나고 개운하게 일어나서
정리하고 나오면 문 앞에서 한명한명 또 다시
인사하는 선생님을 보게된다.
여기 진짜 친절함 무슨일일까? 기계적인 친절이 아니라
뭐랄까 사람이 사람을 터치하는 감성이 느껴진다.

이제 마지막이다.
아까 염색한 천을 가지고와서 오늘 만든 고추장을 싸맨다.
이 싸매는 과정 또한 선생님이 이쁘게 묶는법을 알려준다.
어찌어찌 따라하긴 했는데 또 다시 이렇게 포장할 자신은 없다. ㅎㅎ
난 이런거 진짜 못한다.

짜잔. 완성이다. 진짜 너무 귀엽고 뿌듯하다.
혼자 사진찍고 난리쳤다.
다들 호호 하하 웃으며 돌아간다.
이렇게 하루 체험이 끝났다.
총 정리를 하면...
1. 직원분들이 정말 친절했다
일정이 촘촘했고 인원도 꽤 있어서
복잡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안내가 매우 부드러웠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포근했다.
혼자 온 사람들도 있었는데
어색함 없이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었다.
2. 이계호 고추장 만들기 체험은 단순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단순히 재료를 섞는 체험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계호 교수님이 직접 오셔서
건강한 먹거리가 왜 중요한지 설명해 주셨다.
설명 방식도 어렵지 않았고
중간중간 유쾌하게 풀어주셔서 지루함이 없었다.
이계호 고추장 만들기 체험은
단순 체험이 아니라
먹거리와 건강을 함께 배우는 시간이었다.
발효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먹는 것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고 느꼈다.
3. 천연염색 체험은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이 부분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다.
강사선생님도 유쾌했고
각자 만든 무늬가 모두 달라서 더 의미가 있었다.
청명한 하늘 아래에서
직접 염색한 천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일상과 떨어진 느낌을 받았다.
충주 가볼만한곳을 찾는다면
이 체험은 충분히 추천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4. 통나무 명상은 반드시 해봐야 할 프로그램이었다
여러 체험을 진행하면서 피로를 느끼지 못했는데
명상 시간에 몸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편안한 공간에 누워 강사선생님의 안내를 들으며
몸을 이완하는 시간이었고 실제로 잠든 사람도 많았다.
그만큼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이었다.
5. 식사는 기대 이상이었다
식단을 조절 중이었지만
두 그릇을 먹게 될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자극적이지 않았고
먹은 후에도 부담이 없었다.
강식 체험이라는 느낌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6.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인상 깊었다
바쁘게 지내다 보니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를 보내면서
자연의 편안함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걷고 쉬는 것만으로도
나 자신이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큰 기대 없이 다녀왔지만
결과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하루 동안 제대로 쉬고 돌아온 느낌이었다.
머리가 복잡한 사람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사람
짧은 힐링이 필요한 사람
이런 분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이계호 고추장 만들기 체험은
충주에서 의미 있는 체험을 찾는다면
한 번쯤 경험해볼 만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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