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 조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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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입니다. 씨앗은 여물어 땅에 몸을 내리고 열매의 단맛은 나날이 깊어가는 계절, 오늘 옹달샘은 특별한 가을손님맞이로 아침부터 설레네요. 'preservation' : '한국의 전통 발효 전문가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킨포크(Kinfolk) 워크샵이 열리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Kinfolk는 2012년부터 전 세계 15개 도시에서 같은 날 같은 주제와 관련 된 것을 배우거나 먹고 사진이나 영상으로 공유하는 이벤트를 열고 있습니다. 씨간장과 약된장이 향기롭게 익어가는 옹달샘의 장독대 화단엔 제철을 만난 쑥부쟁이가 한창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리는 행사를 꽃도 제 몸을 활짝 피워 반기나 봅니다. 잘 곰삭은 각종 장아찌며 된장이 진가를 발휘하는 날, 이른 아침부터 장독대를 오가며 손님맞이에 바쁜 '나눔의 집' 아침지기들입니다. 외국인 파워 블로거들과 잡지사 기자, 사진작가 등 한국의 발효음식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워크숍 참가자 18명이 도착했습니다. Kinfolk는 미주, 유럽의 몇몇 아티스트들이 가족이나 친구들과 나누는 따뜻한 테이블에 특별한 의미를 두고 공유하자는 뜻으로 만든 잡지입니다. 따라서 이번 워크숍도 소수의 참가자가 소박하면서도 특별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카페에서 담소를 나누는 참가자들, 고도원님도 환한 웃음으로 손님들을 맞습니다. Kinfolk에서 맛있는 빵을 간식으로 준비했네요. 옹달샘에서 준비한 음료는 가지식초와 석류발효액입니다. 옹달샘 소개와 킨포크 소개를 듣고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는 모습들이 진지하면서도 자유롭습니다. 옹달샘의 간장 된장과 김치, 각종 장아찌가 익어가는 장독대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옹달샘 씨간장독을 열어 보이는 서미순님. 간장독을 처음 보는 외국인들은 탐스러운 질그릇항아리에 든 간장이 신기합니다. 간장에 이어 마늘장아찌 소스도 직접 먹어봅니다. 마늘 맛을 느끼지 못할 만큼 새콤달콤한 소스가 맛있다고 탄성을 지르네요. 각종 발효액이 익어가는 카페 앞의 장독대도 둘러봅니다. 한국의 발효 음식에 대하여 영어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아침지기 김유정님. 계절별 김치, 장아찌, 된장, 식초 등을 영상 자료와 함께 상세히 소개합니다. 오늘 워크숍의 핵심인 '발효음식 만들기'를 하게 될 링컨학교 2층입니다. 참가자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어 그룹별로 각각 다른 음식을 만드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발효액과 식초 등 음료와 각종 장아찌는 미리 준비되어 있고 킨포크에서 선물로 준비한 포스트는 대바구니 속의 흰 광목에 가지런히 담아 두었습니다. 이번 워크숍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발효음식인 청국장을 열어 보이는 서미순님. 가마솥에 콩을 삶아 오늘 아침까지 따뜻한 방안에서 이불을 씌워 발효시킨 청국장은 콩을 뒤적일 때마다 실이 쭉쭉 늘어납니다. 기가 막히게 발효가 된 것이지요. 청국장을 숟가락으로 떠 직접 먹어보는 참가자들. 청국장에 대한 선입견과는 달리 고소하고 부드러운 콩의 맛이 오히려 입맛을 당깁니다. 외국인의 입맛에도 맞게 발효정도를 조절해서 거북한 냄새가 거의 없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음식을 만드는 시간입니다. '한국의 전통 발효 전문가' 서미순님의 시연을 박수로 환영하는 참가자들입니다. 청국장과 가장 어울리는 재료는 묵은지 라고 하네요. 묵은지에 싼 청국장요리 시연입니다. 이 그룹은 유부를 이용하는 청국장 샐러드네요. 청국장이 유부를 만나 어떤 모습의 샐러드로 완성되는지, 잘 배워서 제대로 만들려면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비타고추장아찌는 아삭하고 상쾌한 맛입니다. 고추를 닮았는데도 매운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네요. 사진을 찍던 포토그래퍼 박준수님도 참을 수 없는 장아찌의 유혹에 넘어갑니다. 묵은지와 장아찌를 써는 장인의 손길, 어머니의 손길입니다. 날렵하고도 섬세한 손길, 사랑이 깃든 손길입니다. 이 그룹은 청국장 주먹밥 만들기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오늘만큼은 그들도 한국발효음식의 요리전문가. 외국인들이 빚어낸 청국장 주먹밥은 어떤 맛일지, 사뭇 기대가 됩니다. 외국인들이 꼭 체험해 보고 싶어 했다는 열무김치 담그기. 젓갈을 못 먹는다는 몇몇 참가자의 의견을 받아들여 젓갈을 넣지 않고 바로 무쳐 샐러드처럼 먹을 수 있게 만드는 열무김치입니다. 이 날 담근 열무김치는 참가자들에게 선물로 작은 병이나 통에 하나씩 선물로도 나누어 주었는데요. 매콤하고 칼칼하면서도 아삭하고 시원한 열무김치 맛에 반한 참가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가져가고 싶어 꾹꾹 눌러 담아달라고 말합니다. 음식 만들기가 얼추 마무리 된 후, 가지, 오디, 솔순, 사과, 으름의 식초와 발효액을 시음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맛있는 장아찌들이네요.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과장아찌, 뽕잎장아찌, 마늘장아찌, 가지장아찌, 깻잎장아찌, 묵은지와 마늘장아찌, 비타고추와 노루궁뎅이버섯장아찌, 엄나무순장아찌. 워크숍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음식입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청국장유부쌈, 묵은지청국장무침, 청국장 주먹밥, 열무김치. 기다리던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나눔의 집 앞 야외식탁에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음식과 장아찌, 발효음료 등으로 감동적인 밥상이 차려졌네요. 따뜻한 정과 사랑이 함께하는 밥상, 사람을 살리는 밥상입니다. 워크숍에 참가한 모든 사람은 이렇게 예쁜 포장을 한 청국장과 열무김치를 선물로 가져갔습니다. '킨포크 워크샵 in Seoul' 'preservation' : '한국의 전통 발효 전문가를 찾아서' 단체사진입니다. 친척이라는 뜻을 가진 Kinfolk, 오늘 그들은 어떤 친구, 어떤 가족이 모인 자리보다 더 따뜻한 밥상을 받았습니다. 한 끼의 행복한 밥을 먹었습니다. 옹달샘에서 퍼져 나간 한국의 발효음식이 최고의 음식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그날이 오기를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