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주에 있는 ‘깊은산속 옹달샘’이 최근 들썩이고 있다. 이곳에 ‘미네르바 바칼로레아’ 과정을 도입한 학교가 내년 9월 아시아 지역 최초로 문을 연다는 소식이 발표되고 나서부터다. 미네르바 바칼로레아는 혁신대학으로 유명한 미네르바스쿨의 고교 과정이다. 기존 교육의 틀을 벗어난 혁신적인 온라인 기반 교육과정이 국내에 본격 도입되는 셈이다.
조현호 객원기자
미네르바 바칼로레아 과정은 올해 개교한 기숙형 국제 대안학교인 ‘꿈너머꿈(BDS) 글로벌리더 스콜라스’에 도입된다. BDS를 설립한 고도원(68)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은 미네르바스쿨 설립자인 벤 넬슨과의 첫 화상회의에서 미네르바 바칼로레아 과정 도입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대화를 나누며 두 사람의 교육철학이 맞닿아 있음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교육은 ‘지식’이 아니라, 지식을 융합하는 ‘지혜’를 배우는 일입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과의 경쟁을 거쳐 스스로 재능을 극대화하는 학교를 만들고자 해요.”
이 같은 교육철학에 따라 BDS 미네르바 바칼로레아(이하 BDS MB)에서는 모든 수업을 ‘플립러닝’ 방식으로 진행한다. 학생들이 교사가 제공한 자료를 미리 학습하고, 수업시간에 토론을 벌이는 식이다. 전반적인 교육과정은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형태다. 하루에 2~3교시는 온라인 교육플랫폼인 ‘포럼’에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고, 나머지 시간엔 자습이나 특별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학생들이 배우는 주요 과목은 ‘과학’ ‘사회연구’ ‘언어예술’ ‘수학’ ‘개인적 역량’ 등이다. 고 이사장은 이들 교과목을 통합적으로 배울 때 지식을 융합하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고 했다. “그동안 우리는 각 과목을 분절적으로 배웠어요. 문학, 예술, 과학 등에 적용된 수학을 놓고 토론하며 배우는 학교는 아무 데도 없었죠. 하지만 앞으로 미래사회에서는 더욱 다양한 지식이 서로 연결되고 통합될 겁니다. BDS MB에서는 실생활에 적용된 수학을 놓고 토론하거나 수학과 물리를 동시에 학습하는 등 통합적으로 교육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BDS MB 학생들이 수행할 ‘지역기반 과제’도 미네르바스쿨이 지향하는 가치를 담고 있다. 실제로 미네르바스쿨 학생들은 7개 도시의 기숙사를 돌며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다. 고 이사장은 “BDS MB는 충주에 기반을 두고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국내 9개 도시에서 지역별 역사와 문화 등을 배우도록 할 것”이라며 “향후 태국 방콕이나 미얀마 양곤 등에 기숙사를 세워 아시아 지역을 돌고자 한다”고 밝혔다.
총 4년의 교육과정(9~12학년)에서 줄 세우기 식의 상대평가는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 아닌 자기 자신과의 경쟁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고 이사장은 “BDS MB의 온라인 교육과정은 미네르바 시스템에 따라 학생의 발표 내용과 횟수 등을 토대로 평가를 진행한다”며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교사의 개별 학생 관찰 평가를 포함한 평가제도를 운용할 것”이라고 했다.
고 이사장은 전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일상생활 속의 명상’을 권한다. 그는 “생활 명상으로 집중력과 몰입도를 높이고, 자기관리 능력 등을 계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스스로 재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동기 부여’다. “학생들을 만나면 ‘꿈 너머 꿈’을 묻습니다. 꿈을 이룬다면 그다음엔 어떤 일을 하고 싶으냐는 거예요. 꿈 너머 꿈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의미 있는 일을 생각하게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