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 조송희 |
현대무용가 최보결 박사와 함께하는 '힐링춤 워크숍'이 열리는 날 ‘깊은산속 옹달샘’은 설국이었습니다. 폭폭 쌓인 눈이 순결한 자태로 남아있는 땅, 그 곳에서 춤의 원초적 생명력을 즐기고 우주적 존재인 내 몸의 신비를 알아차리는 비밀스러운 시간이 시작됩니다. 자기소개 시간입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발레리나, 40년 동안 춤을 춰 본적인 없는 주부, 춤은 먼 별나라의 일이라 여겼던 몸치직장인, 발가락하나 움직이는 것도 싫어해서 춤에 강한 거부감이 있다는 학자까지, 시애틀, 뉴질랜드 등 먼 땅에서부터 가까운 충주에서 달려 온 아침편지가족이 모였습니다. 옹달샘에 핀 꽃과 나뭇잎, 마른 나뭇가지와 돌을 놓고 작은 촛불을 밝혔습니다. 이 아름다운 공간으로 춤을 초대하는 시간입니다. 지금은 우주의 시대, 영성의 시대입니다.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것과 교감하고 우주의 기운을 끌어 당겨야 합니다. 춤은 내 몸의 이야기를 듣는 것입니다. 나를 깨우고 내 몸을 깨워 내 몸이 원하는 대로 나를 놓아주어야 합니다. 내 몸이 우주와 접촉하는 순간을 느껴야 합니다. 춤이 나를 자유롭게 할 것입니다. 춤은 나와 우주를 연결하는 메신저이며 너와 나를 연결하는 영혼의 몸짓입니다. 나무도 춤을 추고 꽃들도 춤을 추고 바람도 춤을 춥니다. 새는 하늘을 춤추며 날고 들짐승은 땅 위에서 춤추며 달립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춤을 춥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랫동안 춤을 잃고 살았습니다. 내 몸을 마음껏 풀어 놓습니다. 뼈와 뼈 사이에 공간을 만듭니다. 뼈와 살이 땅 속 깊숙이 스며들어 태초의 어머니인 땅과 더불어 숨 쉬게 합니다. 징소리와 함께 내 영혼이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춤추는 나뭇잎처럼, 흘러가는 강물처럼, 당당하고도 자유로운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서로에게 온전히 나 자신을 맡깁니다. 두 눈을 감고 걸어도 두렵지 않습니다. 상대가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믿음, 보호받고 있다는 편안함이 밀물처럼 차오릅니다. 몸이 흐르는 대로 그저 춤추었을 뿐인데, 마음이 이끄는 대로 다만 걸었을 뿐인데 걷잡을 수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순수의 눈물입니다. 눈물에 씻긴 오장육부가 환한 빛으로 채워지는 것 같습니다. 몸은 선물이고 축복입니다. 내가 밝아지면 주변은 저절로 밝아집니다. 그래서 우리의 춤은 세상으로 흘러야 합니다. 서로에게 발을 맞댄 채 구르고 또 구릅니다. 서로에게 닿아있는 발이 떨어지지 않도록 온 신경을 발에 집중합니다. 서로에게 닿아있는 마음이 떨어지지 않도록 온 마음을 다합니다. 갇혀있던 내 안의 춤을 끌어냅니다. 신이 우주를 창조하듯이 예술가가 작품을 탄생시키듯이... 이 순간은 우리 모두가 샤먼입니다. 땅과 하늘을 연결하는 신성한 존재입니다. 온몸의 근육을 이완시킵니다. 뼈와 뼈 사이의 공간으로 시냇물이 흐릅니다. 바람이 지나갑니다. 생명의 땅 위에서 뼈의 춤을 춥니다. 어떤 법칙에도 얽매이지 않는 영혼의 춤을 춥니다.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춤의 자유를 되찾습니다. 두 발로 내 딛는 건강한 걸음은 인간에게 준 신의 축복입니다. 어깨를 펴고 춤추듯이 당당하게 걸어갑니다. 내딛는 발걸음마다 문이 열립니다. 눈부신 꽃이 핍니다. 우주에 있는 가장 신성한 주파수와 내 몸의 주파수를 맞춥니다. 생명의 소리 창조의 소리를 끌어냅니다. 인간의 몸은 신성이 깃든 작은 우주입니다. 내 안에 있는 치유의 기운을 모두 모아 상대에게 전해줍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사람이 지금 내 앞에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여쁜 사람이 지금 내 앞에 있습니다. 이 분의 아픔이 흩어져 허공 저 멀리 사라지기를, 이 분의 슬픔이 녹아내려 땅 속 깊숙이 스며들기를 기도합니다. 손가락 끝에 연필심을 단 느낌으로 바닥에 그림을 그립니다. 할 수 있는 한 팔을 길게 뻗어 그릴 수 있는 가장 큰 원을 그립니다. 뼈와 살의 여행입니다. 스스로의 몸을 믿으면 몸이 길을 인도 합니다.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은 언제나 내 안에 있습니다. 몸이 얼마나 눈부신지, 몸이 얼마나 황홀한지, 몸으로 나의 삶과 실존을 체험합니다. 꽃도 나무도, 바람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기도합니다. 춤은 태초의 기도이며 가장 자유로운 감사의 몸짓입니다. 춤은 기쁨과 환희의 또 다른 언어입니다. 사흘 동안 춤을 춘 느낌을 짧게 표현하는 시간입니다. 단어로 문장으로 또는 간단한 그림으로... 불과 5분, 그 짧은 순간에 시가 터지고 철학이 태어납니다. "제가 낸 책 중에 <꿈이 그대를 춤추게 하라>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워크숍에 참여하는 동안 새로운 언어가 떠올랐습니다. <춤이 그대를 꿈꾸게 하라>입니다. 옹달샘에 거대한 춤판이 벌어지는 그날을 꿈꿉니다." 마음 나누기 시간, 고도원님이 만면에 미소를 띠고 말합니다. "춤추는 동안 아팠던 몸의 통증이 사라졌습니다." "내 몸의 신비를 알아차리는 놀라운 경험을 하고 갑니다." "아내하고 40년을 살았지만 춤추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여기 와서 춤이 터져 나오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내 안의 어린아이를 깨우는 시간이었습니다." "밤새 뼈마디 마디가 다 살아서 춤추는 것을 상상했습니다. 신비한 경험입니다." 참여자들의 소감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옵니다. 겨울이 시작되는 시간, 우리는 눈 덮인 옹달샘에 기꺼이 묶였습니다. 그리고 춤으로 스스로를 꽃피웠습니다. 이제 우리가 돌아 갈 세상, 우리가 걷는 길목마다 꽃들이 피어나기를 우리가 지나간 길마다 꽃밭이 되기를 꿈꿉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