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속 옹달샘에도 봄이 왔습니다.
연분홍 수줍은 봄이
진달래꽃으로 물들어 왔습니다.
오늘 시작하는 '느림보 명상여행'은
유난히 화사합니다. 삼성생명서비스의 임직원들이
사랑하는 부모님께 드리는 선물로
이 여행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웰컴센터에서 이번에 출간한
'고도원 정신'을 읽고 있는 일반 참가자입니다.
깊은산속 옹달샘은 도서관과 스파, 카페,
숲속 산책로 등을 품고 있습니다.
새 단장을 한 웰컴센터도 마치 북카페 같습니다.
'느림보 명상여행' 참가자들은 2박 3일 동안
옹달샘의 청정한 숲속에서 휴식과 명상을 하고,
봄볕이 가득한 한강 변의 비내길을 걷고,
스파와 맛있는 음식까지 즐기는
최고의 여행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평생 자식을 위해 헌신하셨던 부모님들이
난생 처음으로 명상복을 입었습니다.
어색하고 신기하지만 참 편안하기도 합니다.
간단하게 몸을 푸는 '게으른 요가' 시간,
열심히 따라 해 봅니다.
오늘은 아름다운 한강 변을 따라
비내섬까지 약 10km를 걷는 날입니다.
걷기 전, 준비운동은 필수입니다.
구령에 맞춰 다리를 풀고, 허리도 돌리고,
목과 어깨도 풀어줍니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부드럽습니다.
봄이 더디오는 강가에도 생명의 기운이 가득합니다.
산수유나무 꽃이 노랗게 핀 들길을 걷습니다.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볍고,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는 정답습니다.
햇살에 부풀어 오른 땅이 양탄자 같습니다.
한사람, 두 사람... 신발을 벗고 걷기 시작합니다.
폭신하고 보드라운 땅의 기운이
발바닥을 타고 올라옵니다.
충만함이 온몸에 번집니다.
밭에 씨를 뿌리는 걸까요?
농부의 몸짓이 정성스럽다 못해 경건합니다.
가지런히 정리한 밭에도
봄볕이 환하게 내려앉았습니다.
이번 여행은 고도원님도 함께 합니다.
요즘 성악을 배우기 시작한 고도원님은
기회만 되면 노래를 연습합니다.
들길을 걸으며 노래하는 고도원님,
그 모습 그대로 봄입니다.
숲으로 들어서자 무리를 지어 피어난
봄꽃들이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차마 발길을 옮기지 못하고 꽃을
들여다보는 사람들, 당신도 꽃입니다.
휴식시간, 아침지기들이 오이 하나씩을 나눠줍니다.
걸을 때 오이는 최고의 간식입니다.
미리 나눠 준 물과 간식들을 뒤로하고
모두 오이부터 한입 베어 먹습니다.
입안 가득히 퍼지는 오이향~~
상큼하고 시원합니다.
'노래 해! 노래 해!'
참여자들이 고도원님께 노래를 청하자
고도원님이 바로 일어나 이태리 가곡
'카로미오벤'을 부릅니다. 박수가 터집니다.
이번에는 참여자들이 다 함께 답가를 합니다.
'깊은산속 옹달샘~~'
휴식시간이 소박한 음악회가 되었습니다.
다시 걸어야 할 시간, 비내섬이 가까워지자
신록의 나무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갓 태어난 잎, 여리디여린 새순들의 합창입니다.
드디어 비내섬으로 들어섰습니다.
비내섬은 99만여㎡에 달하는,
광활한 갈대군락지입니다.
신록과 갈대숲이 어우러진 아스라하고도
몽환적인 풍경 속으로 걸어갑니다.
걷다가 조금 지친 분들이 나무 아래 앉았습니다.
누가 나무 아래 이렇게 멋진 의자를 갖다 두었을까요?
잠깐의 휴식이 꿀맛처럼 달콤합니다.
먼저 걸어온 사람들은 벌써 강가에 당도했네요.
강물과 사람이 어우러지니 한 폭의 그림입니다.
강에 발을 담근 사람들도 있습니다.
차가운 강물이 발의 피로를 시원하게 날려줍니다.
행복한 순간입니다.
휴식 후의 발걸음은 상쾌하고 가볍습니다.
얼마든지 더 걸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길 끝에는 목적지가 있습니다.
걷는 사람에게 목적지의 이정표는 얼마나 반가운지요.
약간의 피로와 함께 잘 걸었다는 뿌듯함,
감사와 기쁨이 차오릅니다.
남은 오후 시간은 자유입니다.
스파를 해도 좋고, 산책을 해도 좋고,
숙소에서 짧게 낮잠을 자도 좋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너무 아깝습니다.
봄꽃은 또 왜 이리 눈부신지요.
저녁 시간에는 작은 음악회가 열렸습니다.
위로의 싱어송라이터 구현모님이
봄밤을 촉촉하고 뜨겁게 달굽니다.
고도원님과 함께하는 걷기명상입니다.
걷기명상의 시작지점인 꿈춤숲에도
봄기운이 가득합니다.
진달래꽃이 만발한 숲길을 천천히 걷습니다.
한걸음, 한 걸음... 내 딛는 발자국에
온 마음을 담습니다. 숲이 마음에 담깁니다.
스스로 숲이 됩니다. 고요가 됩니다.
징~~ 소리가 울리면 발걸음을 멈춥니다.
머리 위에서 새가 웁니다. 청아합니다.
부드러운 바람이 뺨을 쓰다듬습니다.
울컥 눈물이 쏟아집니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그토록
열심히 살아왔나 봅니다.
명상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명상은 만끽하는 겁니다. 이 순간을,
이 순간에 보이고 들리고 느끼는 것을
만끽하는 겁니다. 그냥 살아 있는 것입니다.
이 순간에 깨어나십시오. 이 순간을 누리십시오.
삶을 만끽하십시오. 창문에서 들어오는
햇살이 따뜻하네요.
- 2022년 12월 14일 아침편지
'용수의 《내가 좋아하는 것들 명상》'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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