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회째 이어지는'산티아고 순례길 치유여행'
노란 화살표를 따라 정말 많은 분들이 길을 나섰습니다.
아침편지여행 59명의 이야기가 순례길 위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감을 안고 출발했습니다.
이 길을 따라 묵묵히 걷다보면 새로운 나,
새로운 꿈을 만나게 될 것만 같습니다.
이미 추수가 끝난 황금들판을 가로질러
많은 순례자들이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팜플로나에서 출발해, 멀리 보이는 흰색 풍력발전기의
날개가 있는 언덕이 바로 '용서의 고개'입니다.
저 고개를 넘으면 스스로를 더욱 용서하고,
세상을 용서하고, 그리하여 새로운 내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안고 걷습니다.
가을걷이가 끝난 밭 위로, 새로운 씨앗을 뿌리기 위해
트렉터가 부지런히 땅을 갈아엎습니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해바라기 밭입니다.
아기얼굴만 한 꽃이 무거워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순례길에서 멋진 미소를 보여주신 참여자 김영복님.
순례길 걷기의 마지막까지 항상 소녀처럼 밝은 모습으로
우리의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걷다가 잠깐 멈춰서서 바라보는 마을과
경치는 그야말로 절경입니다.
멀리서 보이는 것들이 모두 아름답습니다.
순례길을 걸으며 아름다움을 보는 시간을 통해,
눈과 마음도 맑아져서 돌아갑니다.
그래서 길을 떠나나 봅니다.
길에서 만난 벨기에 여행자들이 고도원님의
발을 보고 물어줍니다. 멀리서 온 순례자들이
부디 좋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기를
기원해주는 따뜻한 관심이 느껴집니다.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이글거리는 태양의 나라 스페인.
우리가 걷는 동안에도 참으로 좋은 날씨 속에서
발걸음도 가볍게 걸을 수 있었습니다.
걷다가 때가 되면 이렇게 편하게 길에서 앉아
식사를 합니다. 배고플 때 먹는 식사가 최고입니다.
함께 걷는 사람들이 있어 어느 만찬도 부럽지 않습니다.
소박한 샌드위치 한 조각과 콜라 한잔이
몸과 마음을 가득 채웁니다.
아름다운 길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걸으면서
기운을 얻습니다. 지루할 틈이 없는 길 위로, 드문 드문
순례자들이 있어 외롭지 않습니다. 때로는 혼자,
때로는 같이 걸어가는 길입니다.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려워, 고도원님은 걸으면서
인터뷰를 하셨습니다. 이런 묘안을 낸 윤인숙작가님은
인터뷰를 마치고 열심히 책 출간을 준비하시겠지요.
좋은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언제나 밝고 긍정적인 주파수를 퍼트리고
다니셨던 5조 조장 이영석님은 자타가 공인하는
에너자이저였습니다. 그날의 순례길 마니또는
미소가 아름다운 서현미님이시네요.
순례길은 모두 저마다의 속도로 걷습니다.
빠르면 빠른대로, 느리면 느린대로 자신의
호흡에 맞게 걸어서, 모두 목적지에서 만나게 됩니다.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 김지원님입니다.
오늘은 포도밭이 펼쳐진 길입니다.
탐스러운 포도가 주렁주렁 매달려
곧 포도주로 태어날 준비중입니다.
순례를 마치고 나면, 우리 마음도
잘 익은 포도주처럼 향기로워 질 듯 합니다.
푸른 하늘과 붉은 땅, 초록의 풀들을
친구삼아 걷는 길은 참으로 행복한 시간입니다.
오직 걷기만 하는 대도 행복감이 밀려옵니다.
하루의 걷기가 끝나고 나면 평화로워집니다.
그날 만났던 사람과 떠올랐던 이야기들도 나누고,
길에서 건진 멋진 사진들도 다시 찾아봅니다.
하루가 풍성합니다.
여행 중간에 조별 만남의 시간을 가집니다.
'한 사람의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행지에 나누는 이야기는 더욱 깊습니다.
다른 이의 인생의 깊은 우물에서 길어올린 물은,
나를 비춰보게 하는 거울과 같습니다.
내 마음도 더욱 깊어지고 맑아집니다.
오늘은 하루 쉬어가는 날입니다.
3일간 열심히 걷고 난 뒤 하루 쉬어가는
달콤한 여행입니다. 빌바오를 살린 구겐하임
미술관과 자유롭게 들어가 본
성당의 천장도 마음에 울림을 줍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중 우리가 걸은
'프랑스길'은 전체가 800km입니다.
완주하는 데는 35일 정도가 걸립니다.
그 중 우리는 7일을 걷습니다.
오늘부터는 메세타 구간입니다.
멀리 지평선까지 펼쳐진 평야를 보고
걷노라면 가슴이 시원해집니다.
세르반테스에게 '돈키호테'의 영감을
떠올리게 한 오르비고 다리. 13세기
로마시대 때 만들어진 이 다리를 건너면서
순례자들은, 명예를 지키기 위해 창을 들고
대결을 펼쳤던 과거를 상상해봅니다.
순례길 위에는 주로 노란색 화살표와
조가비 모양을 많이 볼 수 있지만, 때로는
예술적으로 표현한 화살표를 만나기도합니다.
사람이 걷는 길은 물론 차가 다니는 길까지
점령한 최혜정님. 순례를 하면서 생겨난
여유로움이 넘치는 모습입니다.
화살표가 있는 한,
순례자들은 길을 따라 걷고 또 걷습니다.
순례길의 상징이 된 '철의 십자가'를 지나갑니다.
이곳을 지나가면서 순례자들은 고향에서
가지고 온 돌에 글을 적어 놓거나, 떠나보내고 싶은
마음의 짐을 내려놓습니다.
함께 순례를 떠난 엄마와 아들이
길에서 마주친 작은 꽃이 밟히지 않도록,
주변에 돌을 쌓아 표시를 해 줍니다.
어느새 마음에 차오른 사랑과 감사의 기운이
작은 생명에게까지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이제 어느덧 산티아고가 가까워져 갑니다.
산티아고가 속한 갈리시아 지방은 숲도 많고,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도 있어 걷는 길이
힘들지 않습니다. 그곳을 향해 더욱 힘을 내서
화이팅하는 모습입니다.
모든 순례여정의 마무리는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끝이 납니다. 멀리 보이는 대성당을 향해
마지막 순례를 합니다. 침묵을 지키면서,
그동안 걸어왔던 길들을 떠올리며, 한발 한발
발바닥에 마음을 집중하며 침묵명상으로
대성당을 향해 걸어갑니다.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목적지이자,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7구간 147km를 걸었다는
우리만의 순례증명서를 받으면서, 해냈다는 기쁨의 웃음이
나옵니다. 또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집니다.
모든 순례를 마치고 함께한 사람들을
가슴으로 안아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여행 중에는 매일 아침 고도원님 목소리로
아침편지를 듣습니다. 그날 아침에는, 산티아고
순례를 다녀온 뒤 제주올레길을 직접 만들어
우리나라 전국에 걷기 열풍을 일으킨 서명숙
제주올레이사장님의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서
우연히 마주친 서명숙님은 우리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그 분을 둘러싸고
연예인을 본 듯 반기며 사진찍은 추억의 한장면입니다.
이제 산티아고를 떠나 땅끝마을
피니스테레에 도착했습니다.
비로소 모든 걷기가 마무리되는
'0km' 지점입니다. 더 이상 몸이 나아갈 수
없는 곳에서 마음은 어디로 향해야 할 지
깊은 명상에 잠겨봅니다.
순례 여행을 마치고, 바르셀로나로 향했습니다.
스페인을 먹여살리는 두 가지는
'태양'과 '가우디'라고 합니다.
가우디 사망 100주기에 맞춰 2026년에 완공을
계획하고 있는 성가족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은
여전히 공사중이지만, 볼 때마다 경탄을 자아냅니다.
죽은 뒤에도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마르지 않는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되는 그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가우디의 예술적 재능을 알아보고 후원했던 구엘.
처음에는 주거용으로 지어졌으나,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구엘 공원'이 되었습니다.
천재 건축가의 예술혼과 그 후원자가 남긴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아낌없이 베푸는 구엘을 기다리게 합니다.
순례를 마치고, 환한 미소로 구엘 공원에 선
시인 고창영님. 오늘 아침편지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가우디 건축의 영감은 자연에서 왔습니다.
기둥은 야자수를 모티브로 한 형상입니다.
아스토르가에 있는 또 다른 가우디 건축물입니다.
예전에는 주교궁으로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순례자 박물관이 되었습니다.
마치 동화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 합니다.
여행을 시작하며, 마드리드 궁전 앞에서 찍었습니다.
순례길을 앞두고 이 여행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하늘을 향해 활짝 날아오릅니다.
여행을 떠날 때는 모두 그런 마음입니다.
여행이 끝나고 훌훌 가벼워지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펄쩍!
순례길에서 펼쳐낸 아름다운 사람들의
59가지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여행길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은 특별했습니다.
그들의 기쁨, 행복, 아픔, 상처는 우리와
만나는 순간 생생한 교훈이 되었고,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눈물로 승화되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치유자가 되어 다시 세상으로 돌아갑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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